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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3일 오전 관저 진입, 체포영장 집행
관저 ‘3겹 경호’ 중...2차 저지선까지 통과

[헤럴드경제=박준규·안세연·김도윤 기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장면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3일 오전 12.3 비상계엄을 발동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 수괴’ 혐의의 체포영장을 손에 쥐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다. 관저 주변에는 대통령 지지 한양대 대학원 자들이 밤을 새워 지키고 있었지만, 공수처 수사관들을 물리적으로 막는 등 출동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7시21분 관저 도착...1~2차 경호 저지선 통과 = 공수처는 이날 이른 새벽 한남행(行) 채비를 마쳤다. 카니발과 그랜저 등 5대에 나눠탄 공수처 이대환 수사3부 부장검사(비상계엄 TF팀장)가 이끄는 수사관들은 오전 6시14분 과천 별내포스코더샾 정부청사 공수처 청사를 떠났다. 공수처 체포팀은 7시를 넘어 반포대교를 건넜고 강변북로를 통해 한남대로로 진입했다. 출발한 지 한 시간여 지난 7시21분께 관저 앞에 도착했다. 관저 100m 앞을 통제하고 있던 경찰 경력 수십 명은, 공수처 차량이 닿자 길을 터줬다. 이 과정에서 애초 우려됐던 보수단체 시위 참가자들이나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하거나 공수처 장기전세주택 가격 일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장면은 없었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오전 관저 인근에 대통령 지지자 등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도윤 기자


하얀 관저 주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중소기업 공제사업기금 공수처 일행은 관저 경호 관계자들에게 영장 집행을 알렸다. 대치 상태가 길어지나 싶었으나 8시가 조금 넘어 닫혀있던 출입문이 열렸다. 관저 문 개방 자체를 거부할 경우 그 자체가 공무집행방해로 평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문은 열어주되, 윤 대통령 측이 불법·무효라고 주장하는 체포영장의 집행에는 불응하거나 집행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1년만기 적금 해석된다. 이후 공수처는 8시4분에 공식적으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 집행을 시작했다고 공지했다. 1차 경호 저지선을 통과한 것.
이날 영장 집행에 공수처와 경찰 150여명이 투입됐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30명, 국가수사본부 특수단 120명이다. 두 기관은 그간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리고 비상계엄 수사를 협업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여명(공수처 30명·경찰 50명)이 철문을 지나 관저 경내로 진입한 상태다.
관저로 진입한 체포·수색팀은 경내에서도 경호처와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경호처의 통제를 받는 군부대)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미니버스로 ‘차단벽’을 세우고 공수처, 경찰 진입을 방해했다. 대치 끝에 9시10분부터 관저 내부의 2차 저지선도 풀린 상태다. 다만 체포팀이 미리 계획한 역할에 따라 관저 곳곳을 수색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신병 확보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9시40분쯤 “경호처가 통제하는 관저 내 경호부대가 공수처와 대치 중”이라고 전했다. 공수처·경찰 특수본 팀은 대통령이 머무르는 본관 건물까지 진입했다. 대통령을 최근접 경호하는 경호처장에게 10시 넘어 체포영장을 제시했으나 경호법과 경호구역 사유로 수색을 허용하지 않은 상황이다.
공수처는 앞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경우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근처에서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도윤 기자


▶“200만명 모여라”...격앙되는 한남동=대통령 관저 안으로 공수처, 경찰 인원이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에 모여든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식하면서도 “경호처가 막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잠시 퍼졌다. 하지만 관저 내부까지 체포팀이 진입한 후속 소속이 전달되자 “윤석열 지키자”, “경호처는 목숨을 걸고 윤 대통령을 지켜라” 같은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격렬해졌다. 보수집회 쪽 관계자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한남동으로 모두 모여달라. 200만명이 모이면 경찰도 어쩌지 못한다”는 메시지도 퍼뜨리는 상황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한남동에 왔다는 김모(49) 씨는 “오늘 공수처가 성과 없이 돌아가는 것을 봐야만 안심할 것 같다. 그냥 물러가면 안 올 거고 만약 (체포되거나) 뭔 일이 생기면 내일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구속하라’는 손팻말을 든 일부 시민들도 보였다. 진보진영 측 시민들도 관저 인근으로 모여들고는 있다. 다만 민주노총과 퇴진비상행동 등은 이날 오후 3시 이후부터 탄핵 촉구 집회를 예고한 상태여서 양 측이 맞서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한남동 일대에 서울경찰청 기동대 45개 중대(2700여명)를 투입한 상태다.
▶尹측 “불법 영장 집행” 반발…법조계 수용 가능성 희박=영장 집행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불법적인 영장 집행”이라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3일 “영장 집행이 적법하지 않다”며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영장에 대한 이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집행 과정의 위법 상황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지난달 31일 체포영장에 대해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과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지난 2일엔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효력정지 가처분과 이의신청을 통해 영장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세 가지 불복 절차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법적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헌재는 과거 비슷한 소송에서 여러 차례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자체가 부적절할 때 나오는 판단이다. 헌재는 공수처가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되는 헌법기관이 아니고, 체포영장 역시 법원의 재판 대상이라 헌재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 현행법상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 절차는 없다. 체포가 이뤄진 후 체포가 부당한지 아닌지를 가리는 체포적부심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