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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 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경북 김천시가 지난달 27일까지 사명대사공원에서 진행한 ‘2024 김천김밥축제’에서 관광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KTX로 수도권가 가까워진 김천은 참신한 행사 ibk기업은행스마트뱅킹 등으로 '생활 인구'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김천시 제공


경북 김천시는 액티브 시니어 기획 5회에서 살펴본 전남 나주와 대칭점에 있는 고장이다.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그 지역의 활력을 되찾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천의 혁신도시인 경 개인대부업 북드림벨리에도 2013년부터 15년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 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기술 등 교통 농업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들이 이전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인구 유입은 이주가 진행되던 3, 4년 이후 사라지고 다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08년 13만8,000명이던 인구는 혁신도시 이전 효과로 2017년 14만3,000명까지 늘었다가 은행이율 , 다시 줄기 시작해 2024년 13만5,000명으로 16년 전 수준으로 유턴했다.



김천 세대별 인구변화 추이


그 16년간의 인구변화 추이를 보면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와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공공기관 이전의 고정금리갈아타기 주요 대상인 30·40대의 경우 2015~18년 4년간 6만 명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전이 마무리된 2019년 이후부터 인구는 다시 감소 추세로 전환해 2024년에는 5만3,000명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혁신도시 이전 초기 경북드림벨리 신축 건물을 가득 채웠던 상가가 몇 년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철수하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10대와 20대는 공공기 국민은행 마이너스통장 관 이전과 상관없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주가 그 지역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반면 60대 이상은 꾸준히 늘어나 2008년 3만 명에서 2024년 5만 명까지 늘었다. 농촌 고령화와 고령 귀농 귀촌자 증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김천의 고령화가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 볼 수 없다.

액티브 시니어
1980년대 미국 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튼은 ‘50~75세로 경력과 경제력 및 왕성한 소비력을 갖춘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정의하면서 ‘어제의 노인과 다른 오늘의 노인’이라고 범주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액티브 시니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 생활에 접어들게 된다. 대체로 1964~74년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을 ‘2차 베이비 붐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1955~63년생인 ‘1차 베이비 붐 세대’와 비교하면, 고도성장기에 성장한 덕에 고학력과 노후 준비가 잘된 이들의 비중이 높다. 액티브 시니어의 표준화된 한국어 번역이 아직 없어, 기획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로 쓰되, ‘액시세대’로 줄여 부른다.

김천 혁신도시 인구 유입 효과가 나주에 못 미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두드러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도심에 서울까지 1시간 30분이면 오갈 수 있는 KTX역의 존재가 지역 정착의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김천에서 만난 공공기관 은퇴자는 “서울과 왕래가 편리하고 시간도 짧다 보니, 김천으로 가족이 모두 이전하는 경우보다 가족은 수도권에 남겨둔 채 혼자 내려와 근무하다 주말에 돌아가거나 매일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그런 이유로 은퇴 후에 김천에 그대로 정착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까지 KTX 운행 시간만 2시간이 넘게 걸리는 나주 혁신도시는 가족 단위 이주 직원들의 비중이 높다. 교통의 요지라는 김천의 장점이 수도권 집중 현상과 만나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만든 주요인이 된 것이다.
김천시는 귀농 귀촌을 유도하고, 방문객도 포함되는 ‘생활 인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효과도 거두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지난해 10월 26, 27일 개최한 ‘김천김밥축제’다. 김천시가 ‘김천 하면 떠오르는 것’이란 설문을 한 결과, 자두 같은 특산물이 아니라 엉뚱하게 ‘김밥천국’의 줄임말이란 답변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에 착안해 기획한 것이 김천김밥축제였다. 참신한 기획 의도에 호응이 폭발적으로 이어지며 주최측이 예상한 2만 명을 훌쩍 넘는 10만 명 이상이 몰려들어 김천시가 당황할 정도였다. 교통 요지 김천의 장점이 극대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참신한 시도가 이어져 김천의 지명도를 높여 관계 인구를 늘리고, 액시세대의 은퇴 생활을 위한 인프라를 갖춰 나간다면 혁신도시 공공기관 유치보다 적은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은퇴자를 위한 문화 여가 인프라 잘 갖춰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가 개발한 ‘액티브 시니어 지표’를 통해 나주가 액시세대의 정주 여건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김천 인프라 서비스 요소


액시세대를 위한 기반 시설 측면에서 김천은 문화·여가와 생활 편의성(주거 및 이동성) 부분에서 전국 평균보다 우수했다. 김천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과 같은 문화 기반 시설과 골프장,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 사회복지시설이 인구 대비로 전국 평균보다 더 많았다. 구체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이용 가능 시설 수가 3.48을 기록해 전국 평균 2.19를 크게 상회한다. 고령 인구 1만 명당 평균 이용 가능 시설(노인 여가복지시설, 평생교육기관, 취업지원 교육기관) 역시 3.81로, 전국 평균인 2.28보다 많았다. 하지만 고령자 대상 문화프로그램과 문화 활동 지원, 정보화 교육 등 서비스 요소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뒤떨어졌다. 은퇴자를 위한 문화 인프라는 잘 갖췄으나, 이를 활용할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지자체의 이런 부족한 부분은 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전력기술 같은 공공기관이 지역지원사업을 펼쳐 메워가고 있다.
의료 부분 인프라를 살펴보면, 병상 수와 의료 기관 수 측면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의료 기관 병상 수는 14.97로, 전국 평균인 14.10보다 많았다. 하지만 의사 수와 전체 의료 인력 수는 각각 1.64, 4.99로, 전국 평균인 2.60, 6.87에 미치지 못했다. 병상에 비해 의료인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의 전형적 문제점이 김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 살펴보면 은퇴자에게 필요한 구강·안과 치료, 예방접종, 간병 지원, 의료비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김천의 의료 서비스 점수는 1점 만점 기준 0.83점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예방 및 보건 영역에서의 서비스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예방의학 및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강화, 고령층 맞춤형 건강 교육 확대 등이 필요해 보인다.



김천 인프라 요소 전국평균 비교


은퇴자의 생활편의성 중 이동성(모빌리티) 관련 인프라를 살펴보면 버스 정류장 수, 버스 노선 수, 버스 차량 수, 택시 면허 대수와 같은 대중교통 주요 지표들이 대체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대중교통 이용량은 전국 평균에 비해 크게 낮았다. 주거 지원 측면에서는 특히 귀농 귀촌 분야에서 다양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매년 2회 모집하는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매 지원사업’은 ‘농촌 외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하다 김천 농촌으로 전입한 지 만 5년이 지나지 않은 귀농인’에게 주택자금과 농업창업금을, ‘농촌지역에 1년 이상 주민등록을 둔 주민 가운데 최근 5년 이내 영농 경험이 없는 시민’에게는 농업창업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농업근로자 커뮤니티 공간, 체류형 귀농 귀촌 지원 공간 등 예비 귀농 귀촌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포스텍 배영 교수는 “교통 요지라는 것이 김천의 장점이지만, 가까이에 있는 대구보다는 오히려 서울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만드는 상황 강화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집중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거점 지역의 활성화가 필요한데, 김천의 사례를 보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고 말했다.
자료 정리: 정지송(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박사과정), 천지향(포스텍 IT융합공학과 학부생)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